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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열하일기

* 연암이 바라본 중국의 문화

* 연암이 바라본 중국의 문화

 

연암은 열하를 가는 와중에 접하는 중국(청)의 문물을 흡족히 여기며, 조선에 없음을 아쉬워하곤 했다. 하지만 모든 중국 문화에 대해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다.

 

“글을 배우는 데는 소위 ‘송서’와 ‘강의’ 두 가지가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아주 딴 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부터 음과 듯을 한목으로 배우지마는 중국에서는 초학자가 먼저 사서의 문장을 입으로 읽기만 하고, 읽는 것이 완전하게 숙달된 뒤에야 다시 선생에게 그 뜻을 배운다. 이것을 ‘강의’라고 한다. 설사 평생 강의를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읽어 익힌 문장들은 일상 표준말로 쓰이고 보니 청국의 방언 가운데도 한어가 가장 쉽고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위의 글을 보면서, 나는 대학시절에 강의를 들은 것인지 송서를 했을 뿐이지 스스로 자문하게 만든다. 분명 당시에는 강의를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돌아보니 그저 송서에 그쳤을 뿐이다. 요새 대학생들은 놀고먹는다는 넥네임을 지녔던 우리 때와 달라 입학 때부터 매우 열심히 공부한다는데, 송사가 아닌 강의를 하기를 바란다. 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배운 바를 머릿 속으로 알고 있다고 믿으면 송사로, 배운 바를 남에게 전할 수 있다면 강의가 아닐까?

 

또 이어지는 글에서 중국의 여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명을 멸하고 청이 세워졌기에, 청의 주인은 엄연한 만주족이지만 청의 포용정책에 따라 한족들도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열하일기에 나오는 대목이 아니라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터득한 사실이다.

 

“늙으나 젊으나 차림은 한 틀에 뽑은 듯이 꽃 치장, 귀걸이에 분연지 화장을 엷게 하고는 입에는 으레 담뱃대를 물었고 손에는 신 속창받침, 누비 가음을 들고 어깨를 가지런히 빽빽이 서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상글상글들 웃는다. 처음으로 한족 여자들을 보는데 모두 전족을 하고 궁혜를 신었으나 인물은 모두 만족 여자보다 못하다. 만주 여자들은 인물이 다들 잘났다”

 

연암은 개인적으로 만주 여성들이 한족 여성들보다 미인이라고 치부했다. 이를 통해 간접적이나마 연암의 미적 감각을 추정할 수 있으리라.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중국 드라마를 통해 청의 시대를 파악하고 있는데, 최근에 후궁들이 등장하는 중국 드라마를 보니 가히 미인들이 넘쳐나긴 하는 듯하다.

 

각설하고,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이 여자들의 외모를 보는, 일종의 관음을 즐기는 것은 같은 듯하다. 더구나 조선 시대에도 길거리에서 본 여인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요새 젊은이들과 유사한 모습이 보여 적어본다.

 

“비장 역관들은 말 위에서 만주 여자나 한족 여자를 보는 대로 말로써 첩을 하나씩 정하는 장난을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먼저 점을 찍으면 감히 겹쳐서 정하지 못하고 서로 피하는 법이 매우 엄격하다. 소위 구첩이라 하여, 때로는 서로 질투를 하여 새움질까지 하는 농지거리를 하니, 이것도 먼 길 가는데 한 소일거리가 되는가 보다.”

 

혹, 이를 두고 여성을 상품으로 매도한다거나 철없는 어른들이라고 치부하는 이들이 있다면, 위 글에서 나온 ‘이것도 먼 길 가는데 한 소일거리가 되는가 보다’라는 말로 되갚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