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열하일기

압록강을 건너서

압록강을 건너서  

 



열하일기는 압록강을 건너서로 시작한다. 1780년 6월 24일부터 7월 9일까지 15일 동안의 여행기인 셈이다. 이번 열하일기 정리에서는 그중 6월의 행간에 대해서만 기록하고자 한다.

 


본 내용에 들어가기 앞 서 머리말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 소개한다.

“어째서 드러내 놓지는 못하면서도 숭정이라고 부를까? 명나라는 중국이다.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승인한 이웃 나라이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풀이하자면 연암은 청나라의 왕 생일을 축하하는 사신의 일부로 오늘날의 중국 땅을 방문한다. 그런데 청나라 왕 생일을 축하하러 가면서 명을 기르는 숭정이란 연호를 사용한다. 바로 당시 조선에 팽배했던 숭명배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명이 멸망한 지 130여 년이 지났음에도 조선에서는 청을 여전히 오랑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매년 청나라 왕 생일에는 갖가지 선물을 전하려 사신을 보내고 있다니 패러독스가 아닌가.

 

혹자는 미국을 냄새나는 양키라고 부르면서도 정작 제 자식은 미국에 보내 공부를 시키지 못 해 안달하는 현 상황과 흡사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이는 논거가 약하고 비약이 심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소견으로 취급받는 게 다설이다.

 

각설하고, 청나라를 향하는 첫날인 6월 24일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고려의 마자수는 그 근원이 말갈의 백산에서 출발했으니 물빛이 오리 대가리빛처럼 푸르다 하여 압록강이라고 한다.”

그저 말 그대로 흥미롭기 그지없다. 압록강의 의미가 오리 대가리빛처럼 푸르다라니, 그리고 이어지는 대목에서 백산은 장백산이고 이는 불함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출처를 산해경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 산해경이란 책의 난해함을 설명하자면 한글로 쓰인 소설 중에서 가장 난해하다는 ‘죽음의 한 연구’는 산해경의 한 단락을 이해하는 정도일 것이다. 연암은 산해경을 읽었다는 말인데,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신화에 가까운 산해경이 조선에는 어떤 의미 아니 이미지를 지니고 있을 지 흥미가 절로 생긴다.

 

그렇다고 무당들에 의해 쓰인 무당들의 지침서라고도 평가받는 산해경을 읽어보려는 호기를 부리시지는 마시길 진심으로 권한다. 혹 무협이나 게임 등의 디자인업에 종사하거나 괴물이 나오는 동화나 공포 서적을 저술하는 이라면 그림만 보기를 바란다. 절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쓰다보니 불필요한 산해경 얘기로 빠지고 말았다. 산해경을 꺼내보니 상상의 날개가 멈추지 않는다. 그러한 연유로 창대와 장복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는 연암의 발자취는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